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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이야기

공무원 상사에게 질문하는 법

by 마담정 2020. 11. 9.

공직 커뮤니티에서 재밌는 글을 발견했다.

요지는 상사에게 궁금한 게 있을 때 어떻게 질문하는지 물어보는 내용이었다. 1년차 신입직원이 쓴 짧은 글이었는데 나한테는 놀라운 포인트가 제법 있었다.

글의 본문을 간략히 소개해보면 이렇다.


상사에게 궁금한거 있을 때 어떻게 질문하는지?

글쓴이의 경우는 전자결재시스템에서 찾아보고 동기들에게 물어봐도 답을 못 찾겠으면 실수하는 것보다 나으니 상사에게 이런 문제를 위해 이렇게 했는데 잘 모르겠다. 정말 죄송한데 알려달라고 한다.

그러면 상사는 이것도 모르냐는 식으로 혼을 낸다. 그래서 간단히 물어보면 해결되는 것도 노력안했다고 혼날까봐 스스로 찾는데 시간이 생각보다 꽤 오래 걸리고 상사에게도 좋지못한 소리를 듣는다.

어떻게 하면 내가 이 질문을 위해 찾아봤지만 노력해도 찾을 수 없으니 조금만 가르쳐 달라라는 느낌이 들게 질문할 수 있을까? 직장선배에게 질문하기가 너무 무섭고 어렵다.


내가 이 글에서 본 포인트는 다음 3가지이다.

1. 상사에게 궁금한 것을 질문을 한다.

 아마 글쓴이의 의도는 진짜 궁금한 것을 질문한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업무상 막히는 부분을 여쭤보는 것을 말하는 것 같다. 그 마음이 이해가 되고 또 열심히 하려는 마음이 예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생각에 기본적으로 조직의 상사는 궁금한 것을 질문하는 대상이 아니다. 조금만 가르쳐 달라는 느낌이 들게 질문하는 법...? 글쎄, 상사는 선생님이 아니고 직장은 학교가 아니다.

 업무상 당연히 모르는 것이 많을 것이다. 처음 해보는 일에 정보와 지식이 부족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질문하는 태도를 가진 글쓴이는 매우 진취적이고 바람직한 업무태도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 질문의 대상이 매번 직속상사가 된다면 그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는 글쓴이가 왜 전임자나 옆의 동료들에게 묻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동기들에게 물어본다고 했는데 1년차 직원이라면 동기들도 다 고만고만한 수준일텐데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전임자가 없다면 분명히 과 내의 다른 선배직원들이 있을텐데 왜 그 분들께는 묻지 않은 것일까...? 질문의 답이 간단히 물어보면 되는 일이라고 했는데 그 정도 수준의 질문을 상사에게 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상사는 내 사수가 아니다. 조직을 관리하는 중간관리자이자 팀원을 이끌어가는 작은 리더이다. 상사에게는 묻는 것이 아니라 중간보고를 하고 앞으로의 진행방향을 상의해야 한다. 똑같은 내용이라도 ‘이렇게 하면 될까요...?’라는 일방적인 질문보다는 ‘이렇게 하려고 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는 보고+검토의견 요구로 접근하는 편이 낫다는 게 내 생각이다.

2. 상사가 이것도 모르냐는 식으로 혼을 낸다.

더욱 놀라운 일이다. 아니 1년차에 업무에 애정을 가지고 묻는 직원에게 이것도 모르냐며 혼을 내다니... 이런 상사가 있는 조직이 무슨 발전이 있을까? 질문하지 않고 대충 일을 처리하는 직원들도 많다. 그래도 열심히 혼자서 찾아보고 고민하고 그래서 질문하는 직원이다. 방향을 잘못 잡고 있거나 엉뚱한 곳에서 정보를 찾고 있다면 당연히 가르쳐줘야한다.

상사에게 질문할 수 있는 범위와 내용을 명확하게 알려주고, 혼자서 고민해보아야 할 부분이나 팀장과 상의할 부분을 가르쳐줘야 한다. 위에 상사는 선생님이 아니라고 했지만 선배 공무원으로서 아니 사회인 선배로서 그정도의 의무는 당연하다. 그러라고 월급 더 받는게 아닌가?

 

 

이것도 모르냐며 혼을 냈다는 것도 하나의 포인트이다. 이것도 모르냐는 말을 할 정도이면 두가지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첫째는 정말로 신입직원이라도 알아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사항이거나 둘째는 그런 사항이 아닌데 상사는 자신의 기준으로 쉽게 찾을 수 있는 정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

첫째든 둘째든 직원이 잘 찾아보고 혼자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 법령 정보라면 관련 법령과 유권해석을 볼 수 있는 사이트, 지침 등을 알려줘야 한다. 관련 커뮤니티나 지식행정정보 시스템, 또는 조직 내 관련 분야 지식이 많은 직원 등 다양한 루트를 알려줘서 직원이 스스로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알아보면 알 수 있는 정보를 신입직원이 못 찾고 헤매고 있는 건 어디서 무엇을 찾아야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나만해도 쉽게 몇 번 검색을 통해 알아볼 수 있는 내용을 신입 1~3년차들은 엄청 헤매며 찾는 것을 여러번 보았다.

만일 그렇게 쉽게 찾을 수 있는 사항이 아닌데 상사가 자기 기분에만 맞춰서 직원 기를 죽이고 있는 거라면 그 상사는 정말 관리자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이런 상사일수록 질문만 하지 말고 보고를 해서 상사의 피드백을 계속 받아야한다. 이런 상사일수록 나중에 일이 잘못되면 직원 탓으로 덮어씌우는 경우가 많다. 중간보고의 흔적을 남기고 상사의 의견이나 검토사항이 전자문서상 기록되도록 해야한다.

직장상사가 해야 할일업무의 해결방향을 제대로 제시하고 팀원이 그 방향에 맞게 이끌어주고 맡은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계속 챙기는 일이다. 담당자가 업무 이해가 부족해 일을 잘못 처리할 경우 상사는 결코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3. 직장선배에게 질문하기가 너무 무섭고 어렵다.

직장선배에게 질문하기가 너무 무섭고 어렵다는 이 후배님이 너무 안타깝다. 내가 너무 좋은 사수들과 선배들만 만나온건가...? 물론 모두 성격이 좋고 따뜻하게 대해주신 분들만 계신 건 아니지만 그래도 배우려는 자세를 예쁘게 봐주시고 가르쳐주려는 분들이 많았다. 무서운 상사분들도 실수하고 일을 못할 때는 정말 혼내시기도 했지만 그러면서도 가야할 길을 명확하게 가르쳐 주셨다.

 

 

이 글을 쓴 후배님께 꼭 말하고 싶다. 앞으로도 계속 용기를 내어 선배에게 질문하라고 말이다. 길을 물어물어 가면 결국은 찾게 된다. 하지만 묻지 않고 헤매면 같은 곳을 계속 제자리걸음하게 될 수도 있다. 이미 그 길을 간 선배에게 묻는 방법이 제일 빠르다.

물론 처음부터 끝까지 질문만 하는 자세는 매우 나쁘다. 그렇게 물어서 얻은 지식은 절대로 자기의 것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열심히 답을 찾다가 막힐 땐 선배에게 물어야한다. 아니면 어디로 가면 길을 찾을 수 있는지 정도는 선배에게 묻고 출발해도 된다. 일할 시간도 부족할텐데 방법만 찾고 앉아있을 수는 없으니 말이다. 다만, 꼭 그 선배가 직속상사여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만 한번 해보았으면 좋겠다.

후배님의 화이팅을 응원해본다.

더 많은 선배의 꿀팁이 궁금하신가요..? ^^

하루여행자의 블로그로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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